이 날은 쇼핑몰과 백화점 위주로 구경하고 싶어서
숙소인 자스민59 호텔에서 출발해 BTS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걷다 보니 바람이 살랑슬쩍 부는게 걸어가도 괜찮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딱 한 정거장 거리인데 BTS를 타기는 아쉬웠고
러쉬아워에 택시를 잡기도 애매했다(오토바이는 무서웡)
중간에 이른 저녁도 먹을 겸 프롬퐁역까지 걸어가겠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곧장 실행했다
(여름의 방콕 여행에서 낮에 15분 이상을 걷는다? 최악의 아이디어다)
본격 관광객 모드에 돌입해서 이것저것을 찍으며 걸었다
땀은 좀 났지만 처음엔 생각보다 많이 덥지 않았다
현지인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조차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것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가로등처럼 생긴 기둥에 뽁뽁이를 두른 것도 신기했고
가로수 기둥의 사람 눈높이에다 꽃 화분을 걸어놓은 것도 신기했다
버스도 이렇게 깔끔한 신식 버스가 있는가 하면
어떤 버스는 20년은 족히 돼보이는 낡은 버스도 있어서
무슨 차이인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방콕의 교통 체증이 유명하다는 것은 익히 들었지만
오후 4시 무렵부터 이 모양일 줄은 몰랐다
차에 기본적으로 세금이 많이 붙고 특히 외제차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든다는데
한국에서도 못 본 특이한 외제차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찍지는 못함)
걷고 걸어서 톤세이(Tonsei)라는 일본식 가정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사실 오면서 돈까스 맛집을 몇 곳 들렀는데
모두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가거나 일찍 영업을 마친 탓에
30분 넘게 걷고 또 걸어서 땀범벅이 된채로 이곳에 다다랐다
혹시 15분 이상 걸을 일이 있으면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나 식당, 쇼핑몰 등을 꼭 들르도록 하자
여행자의 체력은 소중하다
Bangkok Tonsei라고 검색하면 다른 곳이 나오니
위의 지도 정보를 참고하길 바란다
소박한 일본 시골의 식당 같은 느낌
만화책에서 많이 본 풍경이라 이상하리만치 친숙했다
먼저 주문한 메뉴는 타마고야끼(계란말이)다
한국에서는 식당이나 술집을 가도 계란말이를 메뉴로 시킨 적이 없는데
여긴 구글 리뷰에 계란말이를 추천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비주얼부터 한국식 계란말이와는 전혀 다르다
겉면에는 윤기가 가득하고 속에는 수분기가 가득하다
술 냄새도 은은하게 나는 것 같고
옆에 갈아놓은 무도 눈에 띈다
한 조각을 먹자마자 느꼈다
이 계란말이 아니 타마고야끼상(?)은 반찬이 아니라 요리란 것을!
어릴 적 재밌게 봤던 만화 미스터초밥왕이 떠올랐다
1권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요리가 계란초밥이었는데
그걸 보는 내내 나는 의아했다
계란말이를 초밥에 올린게 뭐가 그리 맛있다고 호들갑인지...
이 타마고야끼는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 퀄리티라면 만화 속 심사위원들의 리액션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밥 대신 타마고야끼만 두 접시 시켜놓고 생맥주를 왕창 들이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게다가 100바트라고? 방콕에 있으면 그냥 무조건 와서 먹어야 한다
기대치가 확 높아진 상태에서 모듬까스를 만났다
일단 구성은 참 좋다
연두부와 미소수프, 양배추, 밥까지 일본 가정식 느낌이 낭낭하다
밥도 태국 현지 식당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적당히 촉촉한 밥!
(로컬 식당에는 완전히 찰진 찰밥이나 푸석한 밥이 대부분이었다)
모듬까스는 음... 실망이다
사실 메인을 돈까스로 잡고 찾은 돈까스 전문 식당인데 까스류는 모두 내 취향이 아니었다
기름이 너무 깊숙히 배어있었고 튀김의 식감도 바삭함을 즐기기 전에 눅눅이 찾아왔다
그래도 모든 종류의 까스가 속은 가득 차있어서 나름의 맛은 있었지만
식감과 뒤에 남는 느끼함이 너무 커서 자꾸만 다른 반찬을 찾게 되더라
(일정에 지장이 갈까봐 음주는 피했는데 너무 느끼해서 결국 맥주 한 잔을 시켰다)
여럿이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하나씩 집어먹으면 나쁘지 않은 안주가 될 것 같지만
식사용으로 혼자 먹기에는 아쉬운 메뉴라고 할까
BUT 타마고야끼만으로도 여긴 충분히 재방문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구글의 현지 리뷰를 살펴보면 추천 메뉴의 폭이 상당히 넓다
나폴리탄 파스타, 고등어 구이, 교자 만두, 로스까스, 연어사시미 등등
가격도 저렴하니 식당깨기(진짜 깨면 안 되고 메뉴만 정복해라)식으로
여러 메뉴를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
단점은 가게 분위기가 살짝 칙칙한 느낌이 들고(손님들 표정도 뭔가 지치고 어두웠음)
위생에 대한 이슈가 있는 듯?
어쨌든 나는 언젠가 다시 방콕을 찾을 때 꼭 다시 방문할 곳이다
(혼자 혹은 동성 친구와의 여행이라면 무조건! 가족이나 커플 여행이라면 음... 생각 좀 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