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혹시 당신이 주간에 파타야 파야 호텔에 체크인을 했는데 창밖으로 이런 풍경이 보인다?
1초도 지체하지 말고 데스크로 달려가서 방을 바꿔달라고 말을 해라(전화보다 내려가는 게 직빵이다)
야간에 체크인 했으면 어떡하냐고?
밤에 체크인했다면 내가 굳이 얘기를 하기 전에 스스로 그 이유를 알아챘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파야 호텔의 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위와 같이 주변의 호텔과 도로가 보이고 멀리 건물 사이로는 해변까지 보이는 뷰가 있고
다른 하나의 뷰는 앞 호텔의 커튼 친 객실이 보이는 뷰가 있다(오해받을까 봐 사진은 찍지 않았다)
그럼 당연히 '남의 호텔벽보다는 앞이 트여있는 첫번째 뷰가 낫지 않아?'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호들갑을 떨면서 말리는데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이것 때문이다
수많은 오토바이? 슬레이트 지붕?? 위성 접시???
BAR다 간판 하나하나가 각각의 바고 이들은 한 건물에 모여서 영업을 한다
문제는 그냥 술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바가 아니라 음악을 미친 듯이 크게 틀고 노는 바다
살면서 많은 관광지를 여행했지만 이 정도의 소음은... 관광지가 아니라 공연장은 돼야 비교가 가능하다
헤비한 락 페스티벌의 밴드가 공연할 때 맨 앞열에서 느낄 수 있는 소음이라고 할까?
베란다의 창문을 완전히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스와 드럼의 저음은 물론이고 고음까지 생생하게 들린다
소리가 조금 새어들어오는 정도가 아니라 TV 볼륨을 40 이상으로 올려도 TV 소리가 묻혀버릴 정도로 컸다
너무 황당해서 바로 방을 바꾸기 위해 리셉션에 전화를 걸었는데 남는 방이 하나도 없단다...
다음날 아침에 얘기하면 소음이 없는 방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했다(당연히 그들도 소음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물론 내가 새벽 1시에 체크인을 했기 때문에 여분의 방이 없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따위 방을 제 가격에 판매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새벽까지 놀다가 동이 틀 때 들어와 잠만 자는 사람들을 위해 절반 정도의 가격에 판다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정신이 나갈 정도의 소음에다 그 진동까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인데 이걸 정가에 판매한다고?
(비행과 도시 이동을 하는 동안 한숨도 못 자 피곤했는데도 잠에 못 들고 3시 반까지 깨어있었지만 소음은 그대로였다)
기대하고 고대했던 해외 여행의 첫날밤이었는데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을 때 방 교체를 요청했고 다행히 남는 방이 있었다
사진 속 이곳이 바로 새로 바꾼 방이다
내가 찍은 사진들은 체크아웃 직전에 대충 정리해 놓고 찍은 사진이라 어수선하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봐주면 좋겠다
앞의 방과 가구의 위치만 다를 뿐 구조나 시설물은 모두 같았다
대충 이런 느낌?
깔끔하긴 한데 첫 방과 둘째 방 모두 바닥에 개미는 있었다
위험한 종류는 아니고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검은 개미여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맨발로 생활했다
그래서 둘째날은 꿀잠을 잤냐고?
일단 소음은 확실히 덜했다
음악 소리가 워낙 커서 베란다 창을 열면 건물 사이를 비집고 오는 음악 소리가 들렸지만
창을 꽉 닫으면 신경 써서 들어야 들리는 정도로 소음이 확 줄었다
한국이었다면 이 정도 소음에도 방 교체 컴플레인이 심심찮게 들어왔겠지만
나는 전날에 워낙 시달렸기 때문에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고 덕분에 일찍 잠에 들 수 있었다
그
런
데
*아래의 이야기는 호텔 후기라기보다는 호텔에서 벌어진 특수한 에피소드에 가까우니 스킵해도 괜찮다
문제는 새벽에 터지고 말았다
복도 쪽에서 이상한 고함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를 발로 차는 듯한 큰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아 또 중국인이야?'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쌍시옷과 비읍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주사를 부리는 한국인이었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그가 갑자기 내 방 문을 차기 시작했다
튼튼해 보였던 문은 생각보다 부실했고 엄청난 소음과 진동이 느껴졌다
호텔 문에 붙은 렌즈를 통해 밖을 보니 웬 문신(또... 당신입니까)을 덕지덕지 떡칠한 남자가
웃통을 벗은 채로 내 방 문을 차려고 발차기를 장전하고 있었다(타이밍 잘못 잡았으면 눈 맞을 뻔)
일단 강하게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큰 소리로 쌍욕을 버럭 질렀고 그놈도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국의 욕을 들으니 조금은 정신이 들었는지 혼자 중얼거리며 옆방으로 이동했다
이때가 신고의 적기라고 느꼈기에 신속히 리셉션에 전화를 걸었다
자고 있었는지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말귀를 전혀 못 알아듣는 게 아닌가
나름대로 영어를 오래 공부했기에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전화를 받은 여직원은
남자가 복도에서 난동을 피운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표현을 바꿔가며 얘기를 해도 알아 듣질 못하더라
결국 단어를 하나씩 이야기하며 소리 묘사를 덧붙였고 중간에 그가 옆방 문을 찰 때의 소리도 수화기로 들려주었다
그제야 이해한 직원의 한 마디 "그래서 뭘 원하는데?"
?????????
"보안 직원을 보내라 직원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이 당연한 걸 왜 설명해야 하지)"
"오 알았다 당장 너희 층으로 보안 직원을 보내겠다"
3분쯤이 지나 순하디 순해 보이는 직원 한 명이 올라왔고 망나니 같은 한국인을 한참 동안 어르고 달래서 돌려보냈다
이번엔 비무장 남성 한 명이 소란을 피운 정도지만 만약 무장한 괴한이 난동을 피웠을 때도
이런 식의 대처라면 과연 이 호텔의 보안 시스템을 믿고 안전하게 묵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로 나는 다시 파타야에 가면 파야 호텔은 절대 묵지 않을 생각이다(근데 파타야를 두 번 다시 올 일이 없을 듯?)
다시 호텔 후기로 돌아가서 TV는 채널이 여럿 있지만 대부분 화질이 좋지 않았고
한국 채널인 아리랑 TV는 등록만 되어있을 뿐 나오지 않았다
TV는 HDMI 케이블을 노트북에 연결해서 유튜브를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수질...
필터 사진이 어디 갔는지 못 찾겠는데 첫 번째 방과 두 번째 방 모두 물을 틀자마자 황토색으로 변했다
하루에 3번 샤워한다고 쳤을 때 하루당 필터 하나씩 쓰면 필터 수명이 다할 정도였다
또 하나 불편했던 점은 조명을 하나하나 일일이 꺼야 한다
잠에 들기 전에 이등병이 취침 소등하듯이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스위치를 하나씩 누르는데 무척 번거롭더라
낮에는 복도 한가운데 이런 밥솥 같은 기계를 두고 무언가를 데운다
호텔에 향을 입히기 위함인 것 같은데 이 냄새가 내게는 전혀 맞지 않았다
두통을 유발하는 강한 향이 지속되는데 이후 묵은 다른 호텔에서도 비슷한 향을 맡았지만
파야 호텔의 향이 가장 강해서 지금도 그 향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다
마지막으로 수영장, 수영장은 이게 전체 모습이다
좌측에 베드가 있는 쪽은 아이들용 얕은 풀이고
우측에 넓은 쪽이 성인용 풀인데 수심은 1.3~1.4m 정도 되려나
한국의 평균적인 성인 남자 체형에서 물이 가슴팍까지 오는 정도였다
햇빛 가림막이 있는 베드는 성인풀 쪽에 있다
주변에 건물이 많고 바로 앞쪽은 아까 첫째 방 사진에서 봤던 공사장이라서
예쁜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고 물놀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풀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어서 선크림을 발랐는데도
얼굴과 어깨, 가슴, 등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타버렸다
당장 왓슨스로 달려가 방수 선크림과 애프터선 제품을 구입했다(선케어쪽은 태국 제품 퀄리티가 굉장히 좋다)
타월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고 수영장 출입이나 타월 대여 모두 따로 체크를 안 하더라
반납은 옆에 있는 바구니에에 넣으면 된다 수영장 상주 직원은 과하게 무뚝뚝했던 것으로 기억함
24시간 스테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가성비 좋게 머물 수도 있지만
소음방에 당첨될 수 있다는 점을 비롯해 단점도 너무나 많은 곳이라 그리 추천하진 못하겠다
각종 할인을 받아서 조식을 포함해 1박에 75,000원 정도의 가격에 묵은 셈인데
호텔 천국으로 불리는 태국임을 감안하면 글쎄... 아쉽지만 돈값을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숙소였다